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민음사 | 2001-05-30 | ISBN 8937460475
( 3.0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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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 소슬
소설을 보고 나서, 등장 인물 가운데 어떤 인물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은 너무 오래되어서, 구닥다리가 다 된 것 같다. 하지만, 이 질문은 대상의 위치를 얼마나 인상깊게 바라볼 수 있는지, 혹은 받아들이는지 잘 드러낸다. 즉, 감상자의 위치를 부각시키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사람들은 홀든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호밀밭의 파수꾼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모두 홀든을 이해하고 있는걸까?ㅡ그들이 못났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옳았다. 샐린저는 홀든을 말하고 있고, 그것은 성공을 거두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난, 그들에 반해 피비를 가장 좋아한다.ㅡ이것은 내 고질적인 병이다. 주류가 따르는 것을 따르지 않는 거 말이다. 10대 시절에 댄스 가수들도 비슷한 이유로 싫어했었다. 남들이 싫어하니까 싫어하지 않았던, 매우 어린애다운 생각이었다.ㅡ존 레논의 살해범은 홀든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것 같지만, 난 그처럼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나에겐 자신을 피비 웨더필드 콜필드로 고쳐서 부르는 피비, "아빠가 오빠를 죽일거야"라고 말하는 피비, "나도 오빠하고 같이 갈거야"라고 말하는 피비, 나에게는 그런 삶이 더 사랑스럽다. 그러니까, 더 살만한 인생이다. 무엇보다도 "학교에 안 갈거야"라고 말하는 피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것은 내가 홀든보다 피비에 가까워서 그렇거나, 아니면 내가 피비에게 호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난 둘 다 이유가 된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호밀밭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홀든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말이지, 일종의 파수꾼이 되고 싶어. 어린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호밀밭에서, 아이들이 자칫 절벽으로 떨어지려 할 때 그들을 잡아줄 수 있게끔 말야." 피비도 이 중 하나일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홀든은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학교에 피비를 보내려고 했다. 피비가 가기 싫어하자 쉽게 포기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가 과격하거나, 적극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런 이유로 어떤 이는 호든이 정말 착한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바보 같은 면이 있지만, 그래서 존 레논의 살해자와 매우 다르지만, 그래도 그는 착하다. 하지만, 그것이 왜 하필 호밀밭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아주 단순하고 개인적인 이유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 외에 기억나는 문장이 몇 있다. 하나는 홀든이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는 질문. "연못이 얼어버리면 그곳에 살고 있던 오리들은 어디로 가게 되는지 아나요?" 기사는 물고기가 더 문제라고 말한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난 이 질문을 한 적이 있다. K대에는 오리 연못이 있는데, 겨울이 되면 어디서 밤을 지새울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다른 의도였지만, 적어도 동일한 질문을 했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웠다. 이것을 조금 분석해보자.ㅡ이것 역시 나의 고질적인 취미 중에 하나다.ㅡ물고기는 연못 안에서 산다. 하지만, 오리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 먹을 것을 주면 길을 건너기도 한다.ㅡ이것은 실제로 경험해본 일이다. 오리들은 위험을 모른다. 차들이 감속해서 다행이다.ㅡ어쩌면, 홀든은 오리일지도 모른다. 그는 물고기가 아니다. 그는 학교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학교가 사라질 것을 걱정한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곳이 사라질지도 몰라 두려워한다. 혹자는 연못을 홀든이 바라는 이상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물고기라는 존재가 이상해진다. 때문에, 난 내 생각이 더 그럴듯하다고 믿는다. 아님 말고.

나머지 하나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난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한 걸 후회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이 이야기에서 언급했던 사람들이 보고 싶다는 것뿐. 이를 테면, 스트라드레이터나 애클리 같은 녀석들까지도. 모리스 자식도 그립다. 정말 웃긴 일이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이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을 하면서 그 감정을 해소한다. 말은 말을 낳지만, 결국 말이 말을 먹는다. 홀든은 말을 했기 때문에 말을 끝낼 수 있었다. 때문에 홀든은 말을 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말이 홀든을 먹었을 것이다. 2006-02-1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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