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민음사 | 1999-06-25 | ISBN 8937460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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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 소슬
난 그의 주저 가운데 하나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지 않았다. 난 그에 대한 비판으로 처음 만났으며, 덕분에 이 사람이 꽤 유명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 사람에 대한 선입견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이런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특정 작가에 대한 지나친 명성은 이유없는 거부감이나 지나친 신념을 낳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영화라는 미디어에서 자주 일어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영화에 대한 평가와 영화 사이의 간극에서 나온다고 해야 할까. 어느 사회든, 미디어는 항상 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든, 사회주의 사회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농담은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공산당의 경직성과, 이론적 맹신은 미디어를 짓누른다. 미디어에서 나오는 것들은 대개 어이없는 것들이다.

어쨌든, 첫 느낌은 좋았다. 이 사람, 굉장히 글을 잘 쓰는 것 같았다. 번역된 글이었지만, 글의 연결이 굉장히 매끄러웠다. 상황 설정이 정말 좋았다. 루치에가 매번 가져다줬던 꽃이 특히 그랬다. 나중에 가서 그녀가 꽃을 훔치다가 들킨 것도 드러나지만, 어쨌든, 그런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꽃에 대한 의지는 그녀의 과거와 관련이 있었고, 이것은 훗날 코스트카에 대한 사랑과도 이어진다. 헬레나가 변비약 때문에 고생하는 장면도 재미있었다. 이제는 너무 상투적인 기법이 되어버렸지만, 변비약이 맨 처음 나오고, 그것을 맨 처음 문학에서 사용했을 때 느꼈을 쾌감은 얼마나 대단했을까? 그래서 느낌이 좋았다. 덕분에 감정 이입이 쉬웠다. 루드빅이 루치에를 떠올리는 장면이나, 루치에와 단 둘이서 방에서 있었던 일들은 정말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려웠으니까.ㅡ루드빅과 루치에는 딱 두 번 단 둘이서 방에 있었는데, 첫번째와 두번째 모두 루드빅에게 절망을 안겨줬다. 브래지어가 그렇게 쉽게 찢어지는지도 궁금했다.ㅡ재미있는 표현도 꽤 있었다. "망설인다고 여겨질까봐 두려운듯이", "기억들은 나를 포위하고 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은 증발해버리고 만다." 여인이 해체되는 것과 증발해버리는 것, 둘 중에 어떤 것이 더 좋을까 잠시 생각해봤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1부를 다 읽고 2부를 읽다가 재미있는 사실 두 가지를 발견했다. 첫번째는 긴 문장에서 쉼표를 사용하는 것. 사실 난 항상 긴 문장을 쓸때마다 이것을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했다. 결국 마침표를 쓰는 것으로 끝냈지만, 그렇게 하면 내용이 이어진다는 느낌이 사라져서 아쉬웠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대안을 발견했다. 쉼표를 쓰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문장은 끝이 나지 않았지만, 글은 온전히 문장처럼 쓸 수 있다. 두 번째는 시점의 변환이다. 농담에서 1부는 루드빅의 시점에서 진행되다가, 2부는 헬레나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마지막에 가서는 루드빅ㅡ헬레나ㅡ야로슬로브 세 사람의 시점에서 진행된다.ㅡ덕분에, 대부분의 경우 그러지 않겠지만, 내용을 끝까지 따라가지 않으면,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헷갈릴 수도 있다.ㅡ사실, 이야기를 반드시 한 사람의 입장에서 서술할 필요는 없다. 필요할 때마다 주인공을 바꿔도 상관없다. 아니, 어쩌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좀 더 애절하고, 절박한 입장에서 서술하는 것이 극적 긴장감을 더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책 제목이다. 왜 하필 농담일까? 마르케타에게 했던 변변치 않은 농담이 운명을 바꿨기 때문일까?ㅡ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은 그렇다고 말할 것 같다.ㅡ농담을 진담으로 여겼던 코스트카는 여기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녀가 농담을 농담으로 여겼으면, 이 책의 제목은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다르게 생각해보자. 삶에서 의도했던 모든 것들이 뒤틀려져버린 것이, 마치 농담같기 때문일까? 적어도 헬레나의 경우는 이 경우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다. 농담같은 루드빅의 말들을 떠올려보자. 실제로 루드빅은 거짓말을 한 것이지, 농담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헤어질 때 헬레나는 루드빅의 말들을 농담으로 받아들였을테니까. 용서하겠다는 말은 그 증거가 된다. 어쩌면, 이것들 모두 다 의미가 없고, 모두 단순한 밀란 쿤데라의 농담일까나. 하지만, 이건 너무 농담같다. 농담같은 농담. 농담에 대한 농담.

그러고 보니, 농담이라는 말, 굉장히 이상한 말인 것 같다. '농'이라니, 전혀 예쁘지 않잖아. 2006-02-1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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